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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납북자 재조사 합의’.. 그 파장 어디까지 갈까

북일 ‘납북자 재조사 합의’.. 그 파장 어디까지 갈까

기사승인 2014. 05. 2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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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적인 북한, 남북관계 경색국면 타개에 긍정 신호
아베 내각 지지율 상승 견인차 될 듯
한미일 대북 공조 구멍은 우려돼

북한과 일본이 29일 ‘납북자 문제 전면 재조사’와 ‘대북제재 해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측 합의에 따라 일본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 북한에 들어가서 현장조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북측의 전면 재조사 허용에 대해 현재 독자적으로 취하고 있는 인적왕래 제한 및 송금 금지 등의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적절한 시기에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는 일본이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 ‘존재하지 않는 문제’라고 부정해온 북한이 일본의 납북자 전면 재조사를 허용한 것은 장기화되고 있는 국제사회 고립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측은 일본측이 지난 시기 납치문제와 관련해 기울여온 공화국(북한)의 노력을 인정한 데 대해 평가한다”면서 “종래의 입장은 있지만 포괄적이며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하여 최종적으로 일본인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납북자 문제에 대해 ‘존재하지 않는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대해 오카다 다카시(岡田隆) 주제네바대표부일본 차석대사는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이 정치범수용소와 납치문제에 대해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납북자 문제에 대한 북일간 입장차가 분명한 가운데 진행됐던 적십자 회담과 정부 간 회담은 큰 기대를 갖기 어려웠다.

하지만 북한의 ‘특별조사위원회’의 방북까지 허용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북관계 경색국면 타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북한이 ‘인천 아시안 게임 선수단 출전’, ‘염수정 추기경 개성공단 방문 허용’ 등 유화 제스쳐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아베 내각 입장에서도 납북자 문제 전면 재조사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특히 최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상황에서 납북자 문제 전면 재조사 합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숨통을 틔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아사히(朝日) TV가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 3월 조사 때보다 12.3%포인트(p) 급락한 45.7%로 나타났다.

이는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한 후 역대 최저치다. 이 같은 결과는 아베 내각이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득세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됐다.

아베 총리에게 납북자 문제는 정치적 자산이기도 하다. 그는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평양 방문 때 관방부장관으로 동행해 북한의 사과와 피해자 전원 송환을 고집해 스타덤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의 ‘돌발 행동’으로 한·미·일 대북 공조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번 북·일 협상 결과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일본으로부터 설명을 전해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북한과 일본이 회담 결과를 발표하자 깜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일본이 동맹인 미국측엔 회담 결과를 전달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일간 소통과정에서 납북자 문제의 시급성을 인정한 미국측이 대북 제재 해제를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발표한 ‘외교 독트린’에 북한 및 한반도에 대한 메시지가 없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창훈 아산정책연구원 글로벌거버넌스센터장은 “한·미·일 3국이 각국이 취해오던 독자적인 제재에 대해서는 각국의 주권에 맡긴 것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신 센터장은 “지난 4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이후 한국 측 대표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6자회담 재개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관측됐다”며 “북한 문제에 있어서 3국이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 정도로 예측하기 힘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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